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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25 이모를 그리워하며


최 인.
한 번 들으면 기일게 여운이 남는 이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언니의 외자 이름을 받아 아버지가 고심하며 지으셨을 이름일테지요.
그리고 나를 너무나 사랑해주는 이모가 될 수 있었던 사람의 이름입니다.
어린 우리 어머니가 손꼽아 간절히 기다렸을 어린 여동생은, 우리 할머니가 나보다 더 애지중지 키웠을 이쁜 둘째딸은,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어린 새처럼 포로롱 날아 이승을 훌쩍 떠나버렸습니다.
장이 꼬였는데 수술이 잘못되었다고 합니다. 어린 어머니가 문 밖을 하염없이 내다보며 돌아오길 기다렸을 예쁜 여동생은 유리에 낀 성에처럼 곱고 차가운 얼굴로 할아버지 등에 업혀 집에 돌아왔겠지요.

백 일도 못 되어 세상을 뜬 불쌍한 우리 이모.
아기 이모가 아프지 않고 무럭무럭 자랐다면
외로웠던 우리 엄마랑 언니 동생 하며 옷도 나누어 입고, 책도 나누어 읽고, 밤새 외로운 우리 엄마 말동무도 해주었을텐데. 그뿐일까요. 우리 엄마 결혼식에서 드레스도 잡아주고, 나 태어났을 적 꼭 끌어안고 사진도 찍어 주고, 이모에게도 아이가 있었다면 나에게도 좋은 외사촌동생이 생겼을지도 모르는데.

이모가 살아 있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지 두고두고 생각해 봅니다.
우리 이모는 무슨 일을 했을지, 무슨 옷을 입고 무슨 말을 하고, 무엇을 잘 먹을지도 생각해 봅니다.
우리 집에도 자주 찾아왔을 이모가 무슨 반찬을 바리바리 싸들고 왔을지, 나랑 무슨 티비 프로그램을 보며 깔깔댔을지, 우리 엄마랑 무슨 수다를 밤새 떨었을 지, 우리 할머니 생신 때는 무슨 선물로 할머니를 활짝 웃게 하셨을지 생각해봅니다.
이모는 지금 내가 숨쉬는 하늘을 고사리같은 손가락으로 100일 남짓 움켜쥐고 있었을 뿐인데,
그런데도 사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빈 자리가 아직도 메꿔지지 않고 공허합니다.
그래서 나는 생전 만나보지도 못한 이모가 그립습니다.
얘기 한 번 못해 본, 얼굴 한 번 못 본 그 이모가 눈물이 나게 그립습니다.
우리 엄마를 닮아서 새침떼기였을 우리 이모가 너무 보고싶습니다.



이모가 살아 있었다면 글을 썼으면 좋았을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모는 분명 멋진 여자가 되어 있을 거라고... 섬세한 감정과 풍부한 감성을 지니고 이 세상을 담아 내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고. 너무나 인자한 미소로 세상을 녹이는 그런 사람일 거라고.
그래서 내가 이모 대신 이모의 이름으로 글을 써 볼까 했습니다. 이모 이름으로 쓴 글이 있었으면 했으니까요. 우리 이모도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흔적을 어디엔가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내가 쓴 글일 망정 이모의 이름을 달아 더욱 더 높은 하늘로 날려보내고 싶었습니다.

최 인.
내 하나밖에 없는 이모의 이름이고,
우리 엄마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의 이름이고,
우리 할머니의 하나밖에 없는 둘째딸 이름입니다.
당신이 그립고 당신이 보고싶습니다.

사랑합니다.


Posted by INCH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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