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최인의 작은 글수첩입니다 INCH_

카테고리

어느햇살좋은날 (17)
고양이발바닥 (2)
아가의꼬까신 (1)
지나가는 인연 (11)
Very past (1)
Total
Today
Yesterday

달력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그리움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미련스럽기 그지없는 감정이고
어찌보면 지친 마음 설레어 두근거리는 로맨틱한 감정이다
그리고 내 가슴속을 언제나 꾹꾹 눌러메우는 감정-
그리움이라는 것은 고양이 털처럼 부드럽고 가늘고 빽빽해서,
폴폴 날리어도 도무지 어떻게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항상 미래와 과거만을 지향해왔다
어설픈 현재는 미래와 과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기만 한다
나는 언제나 지나간 과거를 그리워하고
얼른 지금이 지나고 미래가 오기만을 바라는
형편없는 현실도피자다

나는 항상 그 모든것이 그립다
숨쉬지 못하게 바쁘던 뜨거운 햇볕 내리쬐던 어느 여름도 그립고,
벚꽃 산들산들 날리던 따스한 어느날의 산책길도 그립고,
어느 날 온천에 목욕을 하러 가겠다고 새벽같이 일어나 세 시간을 걸었던 시골길,
가끔 기숙사 방에서 밥통으로 빵을 할때 온 방에 어룽어룽 퍼지던 달콤한 빵 내음새,
울 엄마가 김치를 죽죽 찢어 잎에 자꾸만 밀어넣어 주던 김 모락모락나는 고구마의 달달한 맛,
내 얼굴을 익힌 범이가 내 발밑에서 채일만큼 동당동당 따라오며 나옹냐옹 애교를 부리던 그 목소리 그 모든것이 그저 그립다


나는 항상 그렇게 지금 내 손에 없는것만 그리워한다
산에 있으면 바다가 눈물이 날 만큼 그립고
바다에 있으면 발을 동동 구를만큼 산이 그립다
여름에는 겨울이 그립고 겨울에는 여름이 그립고
타국도 그립고 고향도 그립고 꽃향기도 나무향기도 숲길도 공원도 하늘도 구름도
내가 이제껏 살아온 모든것이 그립다


이 얼마나 미련스러운 감정일까
그렇지만 나는 현재에만 감사하기가 싫다
지금 숨을 쉬고 오늘 한 송이 꽃을 보고 웃는 것도
나에게는 분명히 가슴 설레는 일이지만
그만큼 지나온 발자국을 뒤돌아보며
과거를 추억하고 좇고싶은 것이다


Posted by INCH_
, |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